프롤로그
33년, 내가 사랑한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함께한 사람이었다
나의 일터는 경쟁하는 전장이 아니라, 함께 뛰는 놀이터였다.
한 직장에서 33년을 일했다. 사람들은 종종 묻곤 한다. 어떻게 한곳에서 그렇게 오래, 그것도 즐겁게 일할 수 있었느냐고. 그만큼 치열하게 버텼기에, 혹은 독하게 스트레스를 참아냈기에 그 자리에 오른 것 아니냐는 질문도 따라온다.
물론 그 시간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내 시간의 90%를 일에 쏟아부었고, 그 과정이 늘 순탄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게 일터는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전장이 아니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에 가까웠다. 실수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준 리더들이 있었고, 함께 웃고 울어준 동료들과 팀원들이 늘 곁에 있었다.
나는 일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일 속에서 사람을 사랑했다. 그들의 신뢰와 사랑이 없었다면, 그 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커리어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던 2023년 1월의 그날을 잊지 못한다. 코로나의 여파로 전 세계 동료들을 직접 만날 수는 없었지만, 온라인 화면 속으로 수많은 얼굴이 모였다.
미국에 있던 보스는 새벽 2시에 일어나 두 시간 넘게 내 송별회 자리를 지켜주었다.
그녀는 전 세계 동료들에게 보낸 은퇴 메시지에 이렇게 남겼다.
“MiJeong’s genuine care for people, bias for
collaboration and willingness to go the distance, will
be greatly missed.”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 협업을 향한 열정, 그리고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몹시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결과로 평가받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내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가치들. 보스는 그 모든 것을 알아주고 있었다.
“She has been a consistent reminder of what truly
matters.”
그녀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리더였다.
“Uncanny ability to disagree or challenge status quo in the most polite and professional manner possible.”
가장 예의 바르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이견을 제시하거나 주어진 현상에 도전하는 그녀의 묘한 능력
리더는 때로 부딪혀야 하고, ‘아니오’라고 말해야 할 순간도 있다. 나는 그 과정조차 누군가에게 상처가 아니라 성장이 되기를 바랐다. 비판 대신 논리를, 권위 대신 따뜻한 태도로 팀을 지키고 싶었다.
나의 이 진심을 ‘가장 예의 바른 도전’이라는 아름다운 문구로 기억해 준 보스에게 깊은 감사를 느낀다.
내게 책을 쓴다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하나다. 그토록 큰 신뢰와 지지를 받으며 일해 왔기에, 이제는 내가 받은 것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리더가 혼자 버티고, 외롭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리더들을 위한 이야기다. 내가 어떻게 흔들렸고, 어떻게 버텼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그릇이 어떻게 조금씩 넓어졌는지를 담았다.
이제 나는 조직 안의 리더에서 리더 곁의 코치로 길을 옮겼다. 지난 3년 동안 수많은 리더들과 나란히 걷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들으며 또 다른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코칭이라는 역할은 내가 받은 사랑을 더 많은 리더들에게 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 되었다.
리더 한 사람이 즐거우면 팀이 즐거워진다. 팀이 즐거우면 그 영향은 팀원들의 가족에게까지 이어진다. 그 작은 파장이 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한 사람의 삶을 바꾼다.
여전히 외로운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 리더들에게, 이 이야기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이 되기를 바란다. 그 여정이 조금은 덜 외롭고, 한결 더 따뜻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그 여정을 함께 걸어가려 한다.
차례
프롤로그
1부 성과와 사람 사이, 길을 찾다
1장 글로벌 시대의 서막, 낯선 무대에 서다
2장 그날 이후, PT는 달라졌다
3장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조직을 정렬하는 힘
4장 사람을 끌어당기는 리더, 매력
5장 Manage Up, 연결되는 순간 리더십이 시작된다
2부 멈춤에서 시작된 내면의 변화와 마주하다
6장 멈춤이 나를 확장시켰다
3부 사람을 이해하는 순간, 리더십은 깊어진다
7장 People Leader, 사람을 보는 리더가 되다
8장 즐거운 리더가 강한 팀을 만든다
9장 대화는 리더의 그릇을 드러낸다
10장 팀을 하나로 묶는 힘은 감정이다
4부 리더십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서 시작된다
11장 겸손이 리더의 품격을 만든다
12장 리더의 품격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13장 M&A, 변화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14장 가족, 리더십의 가장 깊은 뿌리
5부 더 넓은 시야로 가능성을 확장하다
15장 역사는 리더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
16장 여행은 리더십의 지도를 바꾼다
6부 선택이 곧 리더십이다
17장 리더의 그림자, 반응보다 선택이다
18장 두려움과 비교를 넘어서는 힘
19장 Awareness & Stillness
20장 위기는 리더의 본질을 드러낸다
21장 기회를 열어주는 리더
22장 소통, 세대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7부 Legacy,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다
23장 함께 꿈을 그리는 리더
24장 리더는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25장 사랑은 리더십의 마지막 언어다
8부 새로운 길을 여는 리더
26장 낡은 확신을 내려놓는 용기
27장 비움과 열림, 리더의 그릇
맺음말
에필로그
현 미 정
현재 MJ아고라 글로벌 리더십 코칭 대표이자 코칭경영원(CMI) 전문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X판토스, GC녹십자, 폭스바겐, DKSH, 록시땅, 삼광, 신신사 등 국내외 주요 기업의 임원과 리더들을 대상으로 임원 코칭과 그룹, 팀 코칭, 갤럽 강점 기반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 중견기업과는 조직과 팀 문화 구축을 위한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장기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과 코칭 전문성을 바탕으로 리더의 시야를 확장하고 사람과 성과를 함께 성장시키는 ‘Next Level Leadership’ 코칭을 지향한다.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에서 33년간 근무하며 상해 주재 임원을 역임하고, 아시아 지역 Regional Director로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총괄, 수차례의 글로벌 M&A 통합과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물류 운영을 책임지는 리더로 일했다. 재직 시절 APAC Diversity & Inclusion(다양성과 포용성) 스폰서로 활동하며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를 연결하고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는 데 힘썼다.
기술과 환경은 변하지만 결국 조직을 성장시키는 것은 사람이며, 리더가 보는 세계의 크기가 조직의 가능성을 결정한다고 믿는다.